항암제 개발 80년의 역사 — 독약에서 CAR-T까지
항암제 개발 80년의 역사
독약에서 CAR-T까지
항암제의 시작은 2차 세계대전 때 쓰인 독가스였다. 그것이 어떻게 오늘날 '꿈의 항암제' CAR-T 세포치료제로 이어졌을까. 1세대 화학항암제부터 4세대 세포치료제까지, 암과의 싸움 80년을 한눈에 정리했다.
시작은 독가스였다 — 1940년대
항암제의 역사는 전쟁터에서 시작됐다. 1943년 이탈리아 바리 항구에서 독일군의 폭격으로 미군 함정이 침몰했다. 이 배에는 당시 금지된 화학무기인 '머스터드 가스(질소 머스터드)' 폭탄이 실려 있었다. 생존 병사들을 치료하던 미군 의사들은 기묘한 현상을 발견했다. 가스에 노출된 병사들의 백혈구 수가 급격히 떨어진 것이다.
이 관찰이 발상의 전환을 만들었다. 백혈병은 백혈구가 비정상적으로 폭증하는 병이다. 백혈구를 줄이는 물질이 있다면, 백혈병 치료에 쓸 수 있지 않을까? 예일대학교의 알프레드 길먼(Alfred Gilman)과 루이스 굿맨(Louis Goodman) 연구팀이 이 아이디어를 실험에 옮겼고, 1946년 질소 머스터드 유도체를 이용한 최초의 항암 화학요법 논문을 발표했다. 독약을 약으로 탈바꿈시킨 역사적 순간이었다. [출처: 국가암정보센터]
이후 수십 년에 걸쳐 시스플라틴(cisplatin), 도세탁셀(docetaxel), 파클리탁셀(paclitaxel) 등 다양한 화학항암제가 개발됐다. 원리는 단순하다. 빠르게 분열하는 세포를 공격한다. 암세포는 정상세포보다 훨씬 빠르게 분열하기 때문에 우선 타격을 받는다.
문제는 '빠르게 분열하는 정상세포'도 함께 공격받는다는 것이다. 모낭세포(탈모), 소화기 점막세포(구역·구토), 골수세포(백혈구 감소·면역저하)가 대표적이다. 치료 효과 지속 기간도 평균 2~3개월에 불과하다.
'암세포만' 골라 공격한다 — 2000년대
1990년대 들어 분자생물학이 발전하면서 암세포가 왜 비정상적으로 증식하는지 분자 수준에서 이해할 수 있게 됐다. 암세포 표면에는 성장을 촉진하는 특정 단백질(수용체)이 과도하게 발현되는 경우가 많다. 그 단백질만 막으면 어떨까? 이것이 표적치료제의 출발점이었다. [출처: BRIC 생물연구정보센터]
2001년 등장한 이매티닙(imatinib, 글리벡)은 표적치료제 시대를 연 혁명적 약물이다. 만성 골수성 백혈병(CML) 환자의 95%에서 완전관해를 이끌어내면서 '마법의 탄환'이라는 별명을 얻었다. 기존 항암제로 5년 생존율이 30% 수준이던 환자들의 생존율을 90%대로 끌어올렸다.
유방암 치료제 허셉틴(trastuzumab)도 표적치료제의 대표 주자다. HER2 단백질을 과발현하는 유방암에서만 효과가 있기 때문에, 투약 전 반드시 HER2 발현 여부를 검사한다. 이것이 '동반 진단(companion diagnostics)'의 시작이기도 하다. [출처: 고려대학교의료원 웹진]
표적치료제는 부작용은 줄었지만 새로운 벽에 부딪혔다. 대부분의 환자에서 투약 후 10~12개월이 지나면 암세포가 변이를 일으켜 약물을 회피하는 '내성'이 생긴다. 표적이 사라지거나 바뀌어버리는 것이다. 이 한계를 극복하려는 시도가 3세대 면역항암제로 이어졌다.
적을 죽이는 게 아니라, 몸의 경비를 깨운다 — 2011년~
암세포는 영리하다. 면역세포(T세포)가 공격하러 오면 'PD-L1'이라는 단백질을 내보내 "나는 정상 세포야, 공격하지 마"라는 신호를 보낸다. T세포는 이 신호에 속아 공격을 멈춘다. 이것이 '면역 체크포인트' 메커니즘이다. [출처: BRIC 면역항암제 개발 현황]
제임스 앨리슨(James Allison)과 혼조 다스쿠(Tasuku Honjo)는 이 속임수를 차단하는 항체를 각각 발견했다. 앨리슨은 CTLA-4를, 혼조는 PD-1을 막는 항체를 개발했다. 면역 체크포인트를 해제해 T세포가 다시 암세포를 인식하고 공격할 수 있게 만드는 것이다. 두 사람은 이 공로로 2018년 노벨 생리의학상을 공동 수상했다.
2011년 FDA가 최초의 면역관문억제제 이필리무맙(ipilimumab, 여보이)을 승인하면서 면역항암제 시대가 열렸다. 이후 펨브롤리주맙(키트루다), 니볼루맙(옵디보)이 연이어 승인됐다. 2015년 지미 카터 전 미국 대통령이 전이성 흑색종을 키트루다로 완치했다고 알리면서 전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출처: 한국한의학연구원 동향]
면역항암제는 효과가 나타나면 장기 지속된다는 것이 가장 큰 강점이다. 면역세포의 '기억 능력' 덕분에 암세포를 한번 인식하면 계속 추적·제거한다. 그러나 전체 환자의 20~30%에서만 효과가 있고, 면역 과활성화로 인한 자가면역 부작용이 새로운 문제로 떠올랐다.
약이 아니라 '살아있는 세포'를 투약한다 — 2017년~
면역항암제도 한계가 있었다. T세포의 면역 억제를 해제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했다. 암세포가 T세포 눈에 잘 띄지 않거나, T세포 자체가 이미 기능이 떨어진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T세포를 아예 꺼내서 직접 업그레이드하면 어떨까?
이 발상이 CAR-T(키메릭항원수용체 T세포) 치료제다. 환자 혈액에서 T세포를 채취해 유전자 조작으로 암세포를 정확히 인식하는 수용체(CAR)를 장착한 뒤, 실험실에서 대량 배양해 다시 투약한다. 2017년 노바티스의 킴리아가 소아 급성 림프구성 백혈병에 FDA 최초 승인을 받으면서 세포치료제 시대가 열렸다. [출처: KDB미래전략연구소]
단 1회 투약으로 지속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는 점, 기존 치료에 반응하지 않던 환자에서도 완전관해(암세포 완전 소멸)를 이끌어낸다는 점이 혁신적이다. 화학항암제의 효과 지속 기간이 2~3개월, 표적치료제가 10~12개월인 것과 비교하면 패러다임이 완전히 달라진 것이다. [출처: 나무위키 항암제]
| 구분 | 1세대 화학항암제 |
2세대 표적치료제 |
3세대 면역항암제 |
4세대 세포치료제 |
|---|---|---|---|---|
| 작용 원리 | 세포 분열 억제 | 암 관련 단백질 차단 | 면역 브레이크 해제 | 면역세포 직접 개조·투입 |
| 효과 지속 | 2~3개월 | 10~12개월 | 장기 지속 가능 | 단 1회 투약, 지속 효과 |
| 주요 부작용 | 탈모·구역·면역저하 | 내성 발생 | 자가면역 반응 | CRS·신경독성(관리 가능) |
| 적용 범위 | 광범위 | 특정 변이 보유 환자 | PD-L1 발현 환자 | 혈액암 위주, 고형암 확장 중 |
그 다음은? — 대사항암제와 동종 CAR-T
4세대 CAR-T도 한계가 없지 않다. 환자 본인의 세포를 채취해 만들어야 하기 때문에 제조에 4~6주가 걸리고 비용이 3~4억 원에 달한다. 무엇보다 고형암(폐암·위암·대장암 등)에는 효과가 제한적이다. 이를 극복하려는 두 가지 방향이 주목받고 있다. [출처: BRIC 4세대 대사항암제 동향]
첫째는 동종유래(Allogeneic) CAR-T다. 건강한 기증자의 T세포를 미리 대량 생산해 '냉동 보관'했다가 필요할 때 바로 쓰는 방식이다. 제조 기간 문제를 해소하고 비용도 낮출 수 있어 연구가 활발하다. 둘째는 대사항암제(Metabolic anticancer drug)다. 암세포가 에너지를 만드는 방식이 정상세포와 다르다는 점을 이용해 암세포의 대사 과정 자체를 차단한다. 다양한 암종에 공통으로 적용될 수 있다는 기대를 받고 있다.
국내 기업 큐로셀은 CAR-T 한계를 OVIS™ 기술로 극복하려 한다. PD-1·TIGIT 면역관문을 동시에 억제해 T세포 탈진을 막는 방식으로, 임상에서 기존 CAR-T 대비 높은 완전관해율을 보였다. 이 기술이 향후 고형암이나 자가면역 질환으로 확장된다면, 한국이 4세대 항암제 시장에서 독자적인 경쟁력을 가질 수 있는 발판이 된다.
최초의 항암 화학요법은 1946년 미국 예일대에서 발표됐습니다. 2차 세계대전 당시 독가스(질소 머스터드)에 노출된 병사들의 백혈구가 감소한다는 관찰에서 착안해, 이 물질의 유도체를 백혈병 치료에 적용한 것이 시작입니다.
화학항암제는 '빠르게 분열하는 세포'를 공격하는 방식입니다. 암세포뿐만 아니라 모낭세포(탈모), 소화기 점막세포(구역·구토), 골수세포(면역저하)도 빠르게 분열하기 때문에 함께 손상됩니다. 암세포만 골라서 공격하지 못하는 것이 근본 한계입니다.
표적치료제는 암세포에 특이적으로 많은 단백질을 직접 차단해 암세포 성장을 억제합니다. 면역항암제는 암세포를 직접 공격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 몸의 면역 세포가 암세포를 다시 인식하고 공격할 수 있도록 면역 브레이크를 해제합니다. 암세포를 죽이는 주체가 '약물이냐, 내 면역 세포냐'의 차이입니다.
CAR-T는 4세대 항암제로 분류됩니다. 화학항암제(1세대), 표적치료제(2세대), 면역항암제(3세대)에 이어 환자의 면역세포를 직접 유전자 조작해 투약하는 세포치료제가 4세대입니다. 2017년 노바티스의 킴리아가 FDA 승인을 받으며 공식적으로 4세대 시대가 열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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