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의 승부수
'에이전트N'과 1조 원의 도박
"검색은 끝났다. 이제는 '대행'이다." 2025년 12월, 네이버가 던진 메시지는 간결하지만 묵직합니다. 네이버는 자사의 AI 기술을 집약한 비서 서비스 '에이전트N'을 공개하며, 2026년까지 GPU 확보에만 무려 1조 원을 투자하겠다고 선언했습니다. 구글과 오픈AI라는 거인들 틈바구니에서, 네이버는 왜 이런 과감한 베팅을 감행했을까요? 이것은 단순한 신제품 출시가 아니라, 포털의 시대에서 에이전트의 시대로 넘어가는 '생존을 건 천도(遷都)'입니다.
1. '검색'에서 '실행'으로: 에이전트N의 본질
지금까지의 검색이 정보를 '찾아주는' 역할에 머물렀다면, 에이전트N은 사용자를 대신해 '행동하는' AI입니다. 여행 계획을 짜는 것을 넘어, 항공권과 숙소 예약, 결제까지 원스톱으로 처리합니다.
"기술 주권 없이는 서비스 주권도 없다"
이것이 가능한 이유는 네이버가 쇼핑, 예약, 지도, 페이 등 실생활과 밀접한 서비스들을 수직 계열화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구글이나 챗GPT가 쉽게 따라오기 힘든 '한국형 온디맨드(On-Demand)' 생태계가 바로 에이전트N의 강력한 무기입니다.
2. B2B의 반격: 네이버웍스 AI 스튜디오
네이버의 야망은 개인 비서에 그치지 않습니다. 기업용 협업 툴인 '네이버웍스'에 AI 스튜디오를 결합해 기업의 업무 방식을 혁신하려 합니다.
기업 내부에 쌓인 방대한 데이터를 하이퍼클로바X가 학습하고, 이를 바탕으로 사내 챗봇이나 업무 자동화 도구를 뚝딱 만들어냅니다. 이는 마이크로소프트의 '코파일럿(Copilot)'에 대항하는 한국형 B2B 전략이자, 네이버의 새로운 캐시카우(Cash Cow)가 될 잠재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3. 1조 원 투자의 의미: '소버린 AI'의 배수진
1조 원이라는 금액은 네이버 영업이익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거액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GPU 확보에 올인하는 이유는 명확합니다. AI 모델의 성능은 결국 '컴퓨팅 파워'에서 나오기 때문입니다.
- 하이퍼클로바X 고도화: 한국어와 한국 문화에 특화된 독자적인 LLM(거대언어모델)을 통해 외산 AI의 데이터 종속을 막아냅니다.
- 서비스 통합(Super App): 검색, 쇼핑, 결제 등 파편화된 서비스를 AI 에이전트 하나로 묶어 '락인(Lock-in) 효과'를 극대화합니다.
- 인프라 내재화: 자체 데이터센터 '각 세종'과 대규모 GPU 팜을 통해 안정적인 AI 서비스 환경을 구축합니다.
4. 결론: 플랫폼의 진화는 멈추지 않는다
네이버의 에이전트N은 우리가 인터넷을 사용하는 방식을 송두리째 바꿀 잠재력을 지녔습니다. '검색창'이 사라지고 그 자리를 '대화창'이 대신할 때, 네이버가 여전히 우리의 첫 번째 관문이 될 수 있을지, 아니면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질지. 1조 원의 베팅은 그 질문에 대한 네이버의 결연한 대답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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