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즈 012] 열심히 했는데 왜 망했을까? '헛발질' 안 하는 법 (5 Whys 심화편)
지난 글([011] "왜 학교는 꼭 가야 해요?")에서 우리는 5 Whys 기법을 배웠습니다. 당연하게 여겨지는 것에 'Why'를 다섯 번 물어보면서, 표면 아래 숨겨진 진짜 이유를 파헤치는 도구였죠.
그런데 이 도구, 단순히 "왜?"만 반복한다고 제대로 쓰는 게 아닙니다.
많은 사람들이 5 Whys를 시도하다가 실패하는 이유가 있습니다. 바로 '현상'과 '본질'을 구분하지 못해서입니다. 겉으로 보이는 증상만 쫓아가다 보면, 아무리 Why를 다섯 번 물어도 헛발질만 하게 됩니다.
오늘은 5 Whys를 제대로 활용하는 법, 즉 '현상의 늪'에 빠지지 않고 '본질의 뿌리'에 도달하는 법을 알려드리겠습니다.
🧐 현상 vs 본질: 왜 구분이 중요한가?
먼저 핵심 개념부터 잡고 가겠습니다.
- 현상(Phenomenon): 눈에 보이는 겉모습, 측정 가능한 증상
- 본질(Essence): 그 현상을 만들어낸 근본 원인, 숨겨진 구조
예를 들어볼까요?
- 현상: 매출이 15% 떨어졌다
👉 본질: 고객의 니즈가 변했는데 우리는 과거 방식을 고수하고 있다 - 현상: 직원들이 자주 퇴사한다
👉 본질: 의사결정 구조가 불명확해서 불필요한 갈등이 반복된다 - 현상: 앱 리뷰가 나빠졌다
👉 본질: 사용자가 원하는 핵심 가치를 이해하지 못한 채 기능만 추가했다
보이시나요? 현상은 '결과'이고, 본질은 '원인'입니다.
문제는 우리 뇌가 현상에 즉각 반응하도록 설계되어 있다는 겁니다. 매출이 떨어지면 "할인하자!", 직원이 그만두면 "복지 늘리자!", 리뷰가 나쁘면 "디자인 바꾸자!" 이렇게 조건반사적으로 움직이죠.
이게 바로 헛발질의 시작입니다.
📉 5 Whys의 함정: 현상만 파다가 끝나는 경우
5 Whys를 알고 있다고 해서 자동으로 본질에 도달하는 건 아닙니다. 실제로 많은 사람들이 이렇게 실패합니다:
❌ 나쁜 사례: 현상의 늪
문제: 우리 제품 매출이 떨어졌어요
- 왜 떨어졌나요? → 신규 고객이 줄어서요
- 왜 신규 고객이 줄었나요? → 광고 클릭률이 낮아져서요
- 왜 클릭률이 낮아졌나요? → 광고 소재가 구식이라서요
- 왜 소재가 구식인가요? → 디자이너가 바쁘다고 해서요
- 왜 디자이너가 바쁜가요? → 인력이 부족해서요
결론: 디자이너를 더 뽑아야겠다! (❌)
뭔가 이상하죠? 계속 Why를 물었는데도 표면만 긁은 느낌입니다. "디자이너 부족"이 진짜 근본 원인일까요? 아닙니다. 이건 또 다른 현상일 뿐입니다.
🌳 제대로 된 5 Whys: 본질로 가는 길
이제 같은 문제를, 본질을 향해 파고드는 방식으로 다시 접근해볼까요?
✅ 좋은 사례: 본질의 뿌리
문제: 우리 제품 매출이 떨어졌어요
- 왜 떨어졌나요? → 신규 고객이 줄어서요
- 신규 고객이 줄어든 게 정말 '광고' 때문일까요? 혹시 기존 고객 이탈도 늘었나요? → (확인 결과) 네, 재구매율도 20% 감소했어요
- 왜 기존 고객도 떠나가나요? 경쟁사로 갔나요? → 고객 인터뷰 결과, "예전엔 심플해서 좋았는데 요즘은 너무 복잡하다"는 피드백이 많았어요
- 왜 제품이 복잡해졌나요? → 지난 6개월간 '고객 요청' 기능을 모두 추가했더니 UI가 난잡해졌어요
- 왜 모든 요청을 다 반영했나요? → 우리의 핵심 가치가 무엇인지 합의되지 않아서, 요청이 들어오면 일단 만드는 게 관행이었어요
진짜 본질: "제품의 정체성과 우선순위가 불명확해서, 모든 요구를 수용하다 보니 핵심 가치가 희석되었다"
이제 해결책이 완전히 달라집니다:
❌ 광고비 증액, 디자이너 채용
✅ 제품 철학 재정립 → 핵심 기능 선택과 집중 → UI 단순화
🎯 현상에서 본질로: 질문의 방향을 바꾸는 4가지 원칙
5 Whys를 본질까지 파고들게 만드는 핵심 원칙이 있습니다.
-
측정 가능한 답이 나오면 의심하라
"매출 감소", "클릭률 하락" 같은 숫자는 대부분 현상입니다. 본질은 "우선순위 불명확", "신뢰 붕괴", "시스템 부재"처럼 구조적인 모습입니다. -
'Who(누가)'가 아닌 'What(무엇이)' 또는 'How(어떻게)'로 물어라
사람을 지목하면 본질이 아닌 '희생양 찾기'가 됩니다. "왜 김 대리가 실수했지?"가 아니라 "왜 실수가 발생할 수밖에 없는 구조일까?"를 물어야 합니다. -
패턴을 찾아라
한 번의 실패는 우연이지만, 반복되면 본질적 결함입니다. "이 문제, 전에도 있었나?"라고 물어보세요. -
데이터 뒤의 '사람'을 보라
AI는 데이터(What)를 보여주지만, 인간은 맥락(Why)을 읽습니다. 퇴사율 숫자 뒤에 숨겨진 '무시당하는 감정', '불안한 분위기'를 읽어야 본질이 보입니다.
✍️ 실전 훈련: 본질 탐구 3단계 워크시트
자, 이제 직접 해볼 차례입니다. 지금 당신이 해결하려는 문제를 하나 떠올리고, 다음 3단계를 따라해보세요.
📝 STEP 1: 현상 나열 (관찰)
판단하지 말고, 있는 그대로 적으세요.
(예: 매출 감소, 불만 증가, 재구매율 하락...)
🤔 STEP 2: 5 Whys 실행 (탐구)
중요: 각 답변마다 "이게 진짜 원인일까?" 의심하세요.
- 1차 Why: 왜 이런 현상이 생겼나요? → ____________________
- 2차 Why: 그게 진짜 이유일까요? → ____________________
- 3차 Why: 왜 그런 일이 벌어졌나요? → ____________________
- 4차 Why: 왜 그런 구조/시스템이 생겼나요? → ____________________
- 5차 Why: 이게 반복되는 이유는? → ____________________
💡 STEP 3: 본질 한 문장 정리 (통찰)
"진짜 문제는 [ ____________________ ] 이다."
🤖 AI는 현상만 처리한다. 본질은 인간의 몫이다
마지막으로 강조하고 싶은 핵심이 있습니다. AI는 데이터 속 패턴을 찾아내는 천재지만, 맥락을 읽는 것은 서툽니다.
AI는 'What(무엇이)'를 보여줍니다. 인간은 'Why(왜)'를 파고듭니다.
5 Whys 기법은 바로 이 'Why'를 체계적으로 파고들게 해주는 도구입니다. 그리고 이 능력이야말로 AI 시대에 인간만이 가질 수 있는 경쟁력이죠.
오늘의 실천 과제
지금 당신이 "열심히 하는데 잘 안 되는" 문제 하나를 선택해 위의 3단계 워크시트를 채워보세요.
처음 생각했던 원인과 마지막 도달한 본질이 얼마나 다른지 댓글로 공유해주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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