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NG선 한 척에 3천억, 이 가격은 어떻게 정해질까 — 조선 원가 구조
저는 솔직히 배값이 왜 이렇게 비싼지 별로 궁금해한 적이 없습니다.
그런데 최근 조선 3사가 나란히 영업이익률 두 자릿수를 찍었다는 기사를 보다가, 숫자 하나가 눈에 걸렸습니다. LNG선 한 척 가격이 3천억 원대라는데, 대체 그 돈은 어디로 흘러가는 걸까. 그래서 원가 구조를 한번 뜯어봤습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 배값을 결정하는 건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항목이 아니었습니다.
2026년 기준 LNG운반선 신조선가는 약 2억4,800만~2억5,000만 달러, 원화로 환산하면 3,300억~3,400억 원 안팎입니다. 초대형 유조선(VLCC)이 1억3천만 달러 수준인 것과 비교하면, LNG선은 선종 중에서도 최상위 몸값을 받는 배입니다.
■ LNG선 한 척, 정확히 얼마일까요?
신조선가 흐름을 보여주는 대표 지표는 클락슨(Clarksons) 종합 신조선가 지수입니다. 2026년 8월 기준 185.6포인트로, 상승 추세가 계속 이어지고 있습니다.
이 상승세를 이끄는 건 미국의 LNG 수출 프로젝트입니다. 20척 이상 규모의 추가 발주가 기대되는 상황이고, 노후 선박(20년 이상) 교체 수요와 중동 정세 불안까지 겹쳐 있습니다. 반대로 중국 조선사의 도크(건조 공간)도 이미 상당 부분 예약돼 있어서, 예전만큼 가격 경쟁이 치열하지 않을 거라는 분석도 나옵니다.
수요는 넘치는데 지어줄 곳은 줄어드는 구조. 이게 지금 선가가 계속 오르는 배경입니다.
■ 강재값이 배값을 좌우한다는, 절반만 맞는 이야기
배를 만든다고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건 역시 철판입니다. 두께 6mm 이상의 두꺼운 철판, 이른바 '후판'이 선체 외판과 격벽 대부분을 이루니까요.
실제로 업계에 따르면 후판을 포함한 강재비는 선박 건조원가의 20~30%를 차지합니다. 2018년 사례를 보면, 후판 가격이 t당 5만 원 오를 때마다 VLCC 한 척의 원자재 비용이 약 15억 원씩 늘어났습니다. 당시 한 조선사 재무담당 임원은 "건조 이익이 100만 달러(약 11억 원)인데, 후판값이 t당 20만 원 오르면서 원자재 비용이 60억 원 늘었다"고 털어놓기도 했습니다.
2026년 지금도 후판값 협상은 조선사와 철강사 사이에서 매 분기 반복되는 줄다리기입니다. 철강업계는 원자재 부담을 이유로 인상을, 조선업계는 원가 부담을 이유로 인하를 요구합니다. 조선업은 인건비 같은 고정비 비중이 워낙 커서, 원자재값 변동에 유독 민감할 수밖에 없다는 게 업계의 공통된 설명입니다.
여기까지만 보면 배값의 정체는 '철판값'인 것 같습니다.
그런데 강재비보다 훨씬 작은 항목 하나가, 실제로는 조선사의 지갑을 더 크게 흔들고 있었습니다.
■ 그렇다면 정작 이익을 갉아먹는 건 뭘까?
LNG는 영하 163℃의 극저온 액체 상태로 운반해야 합니다. 이 온도를 견디는 저장탱크, 즉 '화물창'을 만드는 핵심 기술을 프랑스 회사 GTT(Gaztransport & Technigaz)가 사실상 독점하고 있습니다. 전 세계 LNG선의 90% 이상이 이 회사의 멤브레인형 화물창 기술을 쓰고, 한국 조선 3사가 짓는 LNG선도 예외 없이 전부 여기에 해당합니다.
로열티율 자체는 통상 선가의 약 5% 수준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강재비(20~30%)와 비교하면 숫자만 놓고 보면 크지 않아 보입니다.
그런데 2026년 4월 HD현대삼호조선이 아시아 선주로부터 3,853억 원 규모 LNG선을 수주했을 때, 여기서 GTT에 지불한 화물창 로열티만 약 192억 원이었습니다. 국회 국정감사 자료를 보면 규모가 더 뚜렷해집니다. 1995년 첫 멤브레인형 LNG선 건조 이후 30년간 한국 조선소가 GTT에 지불한 로열티는 누적 약 7조4,097억 원, 척당 평균 130억 원꼴입니다. HD한국조선해양·삼성중공업·한화오션 3사가 각각 2조4천억 원 안팎씩, 거의 균등하게 부담해온 금액입니다.
여기서 진짜 반전은 '비중'이 아니라 '누구의 몫과 견주느냐'입니다. 이 로열티 규모는 배 한 척을 지을 때 인건비와 재료비를 다 뺀 순수 건조이익의 적게는 3분의 1, 많게는 절반에 맞먹는다는 게 업계 평가입니다.
즉 원가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5%로 작아 보여도, 조선사 손에 실제로 남는 이익과 견주면 얘기가 완전히 달라집니다. 업계에서 "재주는 한국이 부리고, 돈은 프랑스가 챙긴다"는 말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정부도 이 문제를 인지하고 있습니다. LNG 화물창 국산화를 '초혁신경제 15대 선도 프로젝트'에 포함시켰고, 2030년 국산형 상용화를 목표로 잡아뒀습니다. 중국 조선사들도 GTT 의존을 벗어나기 위해 독자 기술을 개발 중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 그 사이, 인건비와 건조 기간이라는 변수
선박은 짓는 데 보통 2~4년이 걸립니다. 그 긴 시간 동안 원자재값과 인건비 변동에 그대로 노출된다는 뜻입니다. 조선업이 전통적으로 다른 제조업보다 안정적인 고수익을 내기 어려웠던 이유 중 하나가 여기 있습니다 (제조업 평균 영업이익률은 보통 5% 안팎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2026년 하반기에도 이 변수는 현재진행형입니다. HD현대중공업 노조는 기본급 인상과 상여금 100% 인상, 영업이익의 최소 30%를 재원으로 한 성과급 등을 요구하며 쟁의행위 찬반투표를 가결시켰습니다. 한화오션도 원·하청 교섭이 길어지며 쟁의권을 확보한 상태고요. 강재비와 마찬가지로, 인건비 역시 조선업이 '고정비 비중이 큰 산업'이라는 걸 다시 확인시켜주는 대목입니다.
■ 그런데 왜 지금 조선사들은 유독 이익률이 높을까
여기까지 보면 궁금해집니다. 원가 부담 요인이 이렇게 많은데, 왜 2026년 조선 3사는 두 자릿수 영업이익률을 나란히 기록하고 있는 걸까요.
답은 '무엇을, 얼마나 짓느냐'가 바뀌었다는 데 있습니다. 과거 조선 호황은 수주량을 늘려 외형을 키우는 방식이었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도크가 이미 3년 이상 일감으로 꽉 차 있다 보니, 조선사들이 저마진 선종은 걸러내고 LNG선처럼 선가와 마진이 확보되는 배만 골라 수주하는 쪽으로 전략을 바꿨습니다.
실제로 2026년 상반기 조선 3사 합산 영업이익은 약 4조7,764억 원에 달했습니다. 물량이 아니라 '질'로 승부하는 구조로 바뀌면서, 강재비·로열티·인건비라는 원가 부담을 상쇄하고도 남는 이익이 나기 시작한 셈입니다.
배 한 척, 3천억 원이라는 숫자 뒤에는 철판값 20~30%, 그리고 겨우 5%처럼 보이지만 이익의 절반까지 갉아먹는 로열티가 함께 있습니다. '가장 비싼 항목'과 '가장 아픈 항목'이 다르다는 것 — 이게 이번에 LNG선 조선 원가 구조를 들여다보고 제가 얻은 결론입니다.
혹시 조선주에 관심이 있으시거나 K-조선 뉴스를 챙겨보시는 분이라면, 다음에 로열티나 화물창 국산화 관련 기사를 보실 때 이 숫자들을 떠올려 보시길 권합니다. 그 5%가 왜 그렇게 화제가 되는지, 조금 다르게 읽히실 테니까요.
참고 자료
- 'LNG 화물창' 30년 동안 7조4천억원 해외 로열티로 척당 130억원 — 쉬핑뉴스넷 — 국정감사 자료 기반 보도, 2025-10-21
- '빛 좋은 개살구' 국산 LNG선...佛 GTT에 기술 종속 — 아이뉴스24 — 언론 심층 보도, 2025-05-23
- 선박 가격 상승에도 조선사 속앓이 — 한국경제 — 경제 전문 언론, 2018-10-18
- 조선·철강, 3분기 후판가 협상 돌입 — 데일리한국 — 경제 전문 언론, 2026-07-25
- '실적 팡파레' 조선업계, 영업이익률 동반 10%대 눈앞 — 데일리한국 — 경제 전문 언론, 2026-05-07
- K조선 상반기 영업익 4조 돌파..이익률 두자릿수 시대 열었다 — 머니투데이 — 경제 전문 언론, 2026-0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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