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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7월 31일 금요일

삼겹살은 왜 삼겹살일까? '세겹살'에서 바뀐 이름

삼겹살은 왜 삼겹살일까? '세겹살'에서 바뀐 이름의 비밀 3

삼겹살을 먹을 때마다 아무 생각 없이 "삼겹살 2인분이요"라고 외쳤습니다. 이름이야 원래 그런 거려니 했죠. 그런데 옛날 신문을 뒤적이다 보니, 지금 우리가 아는 '삼겹살'이라는 이름이 사실 원래 쓰이던 말이 아니었다는 걸 알게 됐습니다.

결론부터 말하면, 삼겹살은 원래 '세겹살'이라고 불렸습니다. 순우리말 수사 대신 한자 수사 '삼(三)'이 쓰이면서 지금의 이름으로 굳어진 것이죠. 그 과정에는 몇 가지 흥미로운 설이 얽혀 있습니다.

■ 원래 이름은 '세겹살'이었다

이미지 설명
사진 제공: KG Baek | 출처: Unsplash

'겹'이라는 명사 앞에는 원래 하나, 둘, 셋처럼 순우리말 수사를 쓰는 게 자연스럽습니다. 그래서 20세기 중반까지도 이 부위는 '세겹살'로 불렸습니다. 언론에 처음 등장한 것도 1934년 동아일보 기사였는데, 이때 표기 역시 '세겹살'이었습니다.

지금의 '삼겹살'이라는 표현이 신문에 처음 등장한 건 이보다 한참 뒤인 1959년 경향신문 기사에서였습니다. 그리고 1983년 조선일보 기사에서도 '삼겹살'을 속칭으로, '세겹살'을 공식 명칭처럼 함께 쓴 걸 보면, 두 이름이 꽤 오랫동안 나란히 쓰였던 것으로 보입니다.

이름이 바뀐 흐름 1934 '세겹살' 첫 등장 (동아일보) 1959 '삼겹살' 첫 등장 (경향신문) 1980s 두 이름이 함께 쓰임 현재 '삼겹살'로 정착

■ 그런데 왜 하필 '삼(三)'이 됐을까?

순우리말 '세겹살'이 한자 수사가 붙은 '삼겹살'로 바뀐 정확한 이유는 아직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습니다. 다만 흥미로운 이야기 하나가 전해지는데, 바로 '개성 유래설'입니다.

장사 수완이 좋기로 유명했던 개성 상인들이 돼지에게 잔반과 조 등을 교대로 먹여 비계와 살이 층층이 쌓이도록 키웠고, 이를 '삼층저육(三層猪肉)'이라 불렀다는 것이죠. 여기에 개성이 인삼 산지로 유명했다는 점을 더해, '세겹살'의 '세' 대신 인삼의 '삼(蔘)'과 발음이 같은 '삼(三)'을 붙여 부르기 시작했다는 추정입니다. 다만 이는 어디까지나 구전되는 설 중 하나일 뿐, 확실한 정설로 굳어진 건 아닙니다.

■ 정말 '세 겹'만 있을까?

이름은 세 겹이지만, 실제 정육 삼겹살의 단면을 보면 비계-살코기-비계-살코기 순으로 층이 나뉩니다. 엄밀히 따지면 네 겹에 가까운 셈이죠. 돼지의 배 부위를 이루는 배바깥빗근, 배속빗근, 배가로근이라는 세 층의 근육을 먹는 부위라는 점에서 '삼겹'이라는 이름이 붙었다는 해석도 있습니다.

삼겹살 단면 — 사실상 네 겹 비계 ① 살코기 ② 비계 ③ 살코기 ④ 이름은 삼겹, 층은 사실 네 겹입니다

■ 삼겹살, 어떻게 국민 음식이 됐을까?

삼겹살은 과거엔 주로 찜이나 편육, 조림으로 먹는 부위였습니다. 지금처럼 불판에 구워 먹는 문화는 1970년대 말부터 외식시장에 삼겹살구이 전문점이 생기면서 자리를 잡기 시작했습니다.

대중화 계기로 가장 많이 회자되는 이야기는 1980년대 강원도 탄광촌 광부들의 사연입니다. 기름진 음식을 먹으면 폐에 쌓인 먼지가 씻겨 나갈 것이라는 생각으로 삼겹살을 즐겨 먹었다는 설이죠. 다만 이 역시 가장 널리 알려진 설일 뿐, 명확한 정설로 확정된 것은 아닙니다. 이후 1997년 외환위기 무렵에는 상대적으로 저렴한 회식 메뉴로 자리잡으며 'IMF 삼겹살'이라는 신조어까지 등장할 만큼 대중화됐습니다.

삼겹살이라는 이름 하나에도 순우리말이 한자어로 바뀐 사연과, 상인들의 마케팅, 서민들의 생활사가 겹겹이 쌓여 있습니다. 다음에 불판 위에서 지글지글 익어가는 삼겹살을 볼 기회가 있다면, 이 이름이 걸어온 길도 한번 떠올려보시길 권합니다. 익숙한 이름일수록 그 안에 뜻밖의 이야기가 숨어 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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