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품이 옮는 건 공감 능력이 뛰어나서다? 사실 그 근거가 최근 연구에서 흔들리고 있습니다. "거울뉴런 때문에 남의 하품이 옮는다"는 설명이 왜 그렇게 널리 퍼졌는지, 그리고 실제로는 어디까지 밝혀졌는지 살펴봅니다.
사람들이 잘 모르는 일반상식, 알고 보면 이렇다 · 1편
저도 회의 중에 누가 하품하면 저도 모르게 따라 하품한 적이 많아요. 그때마다 "나는 공감 능력이 뛰어나서 저 사람 피곤함까지 느끼는구나" 하고 은근히 뿌듯해했던 기억이 있어요.
그런데 찾아보니, 정작 하품 전염과 공감 능력 사이의 연결고리를 뒷받침하는 증거는 생각보다 훨씬 부실했습니다.
오늘은 하품이 왜 옮는지, 그리고 그 이유로 흔히 꼽히는 "공감·거울뉴런" 설명이 실제로 얼마나 탄탄한지 함께 살펴보겠습니다 🔎
원래 이렇게 알려져 있다 — 거울뉴런과 공감 가설 📜
하품 전염(contagious yawning)은 누군가 하품하는 걸 보거나 듣거나, 심지어 하품에 대해 생각하기만 해도 따라 하품하게 되는 현상을 말합니다.[1] 실험실 조건에서는 대략 40~60%의 사람이 이런 방식으로 하품을 따라 하는 것으로 보고됩니다.[2]
가장 널리 퍼진 설명은 '거울뉴런계(mirror neuron system)'입니다. 남이 하는 행동을 볼 때 마치 내가 그 행동을 하는 것처럼 반응하는 신경세포들이 있는데, 하품을 보는 순간 이 뉴런들이 활성화되면서 따라 하품하게 된다는 것이죠.[3] 이 거울뉴런계는 공감·모방·사회적 동조와도 관련이 깊다고 여겨져 왔기 때문에, "하품이 잘 옮는 사람은 공감을 잘하는 사람"이라는 통설로 자연스럽게 이어졌습니다.[4]
그런데 뇌를 직접 들여다보니 이야기가 달라졌다 🔬
거울뉴런 가설이 맞는지 확인하려고 여러 연구팀이 fMRI와 EEG로 하품하는 사람을 보고 있는 뇌를 직접 촬영했습니다. 그런데 정작 거울뉴런계의 핵심 영역들이 하품 전염 때 뚜렷하게 활성화되지 않는다는 결과가 반복해서 나왔습니다.[6]
더 결정적인 건 2014년 듀크대 연구입니다. 328명을 대상으로 한 이 연구는 공감 능력, 지능, 시간대, 졸음 정도 등을 모두 측정해 하품 전염 정도와 비교했는데, 나이를 제외하면 어떤 요인도 하품 전염 여부를 뚜렷하게 설명하지 못했습니다.[7] 그마저도 나이가 설명하는 비중은 전체 변동성의 8%에 불과했습니다.[8] 연구를 이끈 엘리자베스 시룰리 교수는 "공감 능력만으로 하품 전염을 설명할 수 없다는 뜻"이라고 밝혔습니다.[9]
원래 알려진 것 vs 실제로 확인된 것
| 구분 | 널리 퍼진 통설 | 연구로 확인된 것 |
|---|---|---|
| 메커니즘 | 거울뉴런계가 활성화돼서 옮는다 | 뇌영상에서 거울뉴런계 핵심 영역 활성화가 뚜렷하지 않음 |
| 공감과의 관계 | 공감을 잘할수록 하품이 잘 옮는다 | 대규모 연구에서 공감 점수와 유의미한 상관관계를 찾지 못함 |
| 가장 잘 설명하는 요인 | (딱히 없음, 그냥 '공감'으로 뭉뚱그려짐) | 나이(그나마도 변동성의 8%만 설명), 나머지는 대부분 미지수 |
그럼 대체 왜 옮는 걸까 — 유력한 다른 후보들 🔥
공감·거울뉴런 설명이 흔들린다고 해서 하품 전염이 완전히 미스터리로 남은 건 아닙니다. 몇 가지 흥미로운 대안이 함께 연구되고 있습니다.
하나는 '뇌 냉각 가설(thermoregulatory theory)'입니다. 하품할 때 턱을 크게 벌리고 숨을 깊게 들이쉬면 뇌로 가는 혈류가 늘고 외부 공기와의 열 교환이 일어나면서 뇌 온도를 낮추는 효과가 있다는 이론입니다.[10] 실제로 겨울보다 여름에, 그리고 체온보다 기온이 더 높을 때 사람들의 하품 빈도가 줄어드는 현상이 반복 관찰됐습니다.[11]
또 하나는 '친밀도' 효과입니다. 낯선 사람의 하품보다 가족이나 친한 친구의 하품을 볼 때 훨씬 더 잘 옮는다는 연구 결과가 여럿 있습니다.[12] 이건 공감 능력 자체보다는, 가까운 사람일수록 무의식적으로 잘 따라 하게 되는 사회적 동조 성향에 더 가까운 설명입니다.
핵심 요약 🗒️
- 통설: 하품 전염은 거울뉴런이 활성화돼 생기며, 공감 능력이 높을수록 잘 옮는다고 알려져 있다.
- 반전: 뇌영상 연구에서는 거울뉴런계 핵심 영역의 활성화가 뚜렷하지 않았고, 대규모 연구에서도 공감 점수와의 상관관계를 찾지 못했다.
- 대안 1: 뇌 온도를 낮추는 '뇌 냉각' 기능이 하품 자체의 생리적 목적일 수 있다.
- 대안 2: 하품 전염은 공감 자체보다, 친밀한 사람일수록 강해지는 사회적 동조 현상에 더 가깝다는 설명도 있다.
- 결론: 하품이 왜 옮는지는 아직 상당 부분 밝혀지지 않은 미스터리로 남아 있다.
자주 묻는 질문 ❓
Q: 그럼 하품이 옮는 사람은 공감 능력이 낮다는 뜻인가요?
A: 아닙니다. "공감이 높을수록 잘 옮는다"는 관계가 큰 연구에서 재현되지 않았을 뿐, 반대로 "안 옮으면 공감이 낮다"는 것도 성립하지 않습니다. 그냥 아직 명확한 관계가 밝혀지지 않은 것에 가깝습니다.
Q: 동물도 하품이 옮나요?
A: 네. 침팬지, 보노보, 개, 일부 원숭이와 새에서도 하품 전염이 관찰됩니다.
Q: 하품 전염이 안 되는 사람도 있나요?
A: 네, 실험실 조건에서도 절반 가까운 사람은 하품 영상을 봐도 따라 하지 않았습니다.
Q: 나이가 들면 하품이 덜 옮나요?
A: 대규모 연구에서 나이가 많을수록 하품 전염 빈도가 낮아지는 경향이 확인됐습니다. 다만 그 설명력은 크지 않았습니다.
어릴 때부터 당연하게 들어온 "하품 옮으면 정 많은 사람"이라는 말이, 알고 보니 과학적으로는 꽤 헐거운 근거 위에 서 있었다는 점이 흥미로웠습니다. 다음 편에서는 딸꾹질은 대체 왜 생기고 왜 안 멈추는지를 살펴보겠습니다.
참고자료
- Live Science, "Why is yawning contagious?"
- Psychology Today, "Why Is Yawning Contagious?"
- Live Science, "Why is yawning contagious?" (거울뉴런 인용 부분)
- Neuroscience News, "What Makes Yawning Contagious?"
- Neuroscience News, "What Makes Yawning Contagious?" (침팬지·사자원숭이 관련)
- Current Biology, "A Neural Basis for Contagious Yawning" (Cell.com 게재본)
- PLOS ONE, Bartholomew AJ & Cirulli ET (2014), "Individual Variation in Contagious Yawning Susceptibility Is Highly Stable and Largely Unexplained by Empathy or Other Known Factors"
- Duke Health / EurekAlert, "Contagious Yawning May Not Be Linked to Empathy; Still Largely Unexplained"
- Duke Health, "Contagious Yawning May Not Be Linked to Empathy; Still Largely Unexplained" (시룰리 교수 인터뷰)
- ScienceDirect, Gallup AC & Gallup GG (2007), "Yawning as a Brain Cooling Mechanism"
- Frontiers in Neuroscience, Gallup AC & Eldakar OT (2013), "The thermoregulatory theory of yawning: what we know from over 5 years of research"
- MedReport Foundation, "The Physiology and Mysteries of Yawning: From Brain Cooling to Contagion" (Norscia & Palagi 관련 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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